왜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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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가 성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 서돌

교세라 창업자이며 "카르마 경영"으로 유명한 이마노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일'에 대한 철학이 담긴 글. 특출난 재능도, 대단한 배경도 없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빠야 했던 그는, 원하는 의과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진 후 고향에 있는 대학 공학부에 들어갔고, 졸업 후에는 망해가는 회사에 입사하여 불만스러운 나날을 보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자'는 생각을 갖게되면서 그 누구보다도 즐겁게, 열심히 일한 끝에 성공하게 된다. "왜 일하는가"에 대한 그의 답은 이거다. - ‘나는 내면을 키우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키우는 것은 오랜 시간 엄격한 수행에 전념해도 이루기 힘들지만, 일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것은 내면을 단련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놀라운 작용을 한다.’(p.15~16) 누구나 일에 대한 철학이 있을 것이고, 그 생각은 모두 같지 않을 것이다. 이마노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생각이 누구나에게 옳고, 맞는 생각은 아닐진데, '일'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질 수 있으며, 후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어쨌거나 인생의 대부분은 '일'하면서 살게 될테니까.

책 속 구절 :
교세라를 비롯하여 닌텐도, 옴론, 무라타 제작소, 롬 등 교토의 우량기업 대다수가 그 분야의 문외한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내가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는 유기화학이었다. 무기화학인 파인세라믹 연구에 종사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후였기 때문에 나 역시 문외한 중 한 사람이었다.
가정용 게임기인 패미컴의 히트로 크게 발전한 닌텐도도 원래는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던 회사였다. 이 전통 기업을 게임 관련 전문기업으로 급성장시킨 3대 사장인 야마우치 히로시는 게임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은 만들어본 적도 없는, 그 분야의 문외한이었다.
[…] 집적회로와 반도체 제조업체인 롬의 창업자 사토 겐이치로는 원래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 학창 시절에 피복 저항기를 만드는 기술을 터득한 것을 기초로 롬을 시작했다.
문외한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최고경영자로 이름을 날리고, 그 회사가 남다른 전문성을 갖추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 전문가에 비해 지식도 경험도 없는 문외한이 유독 빛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자유로운 발상’ 때문이었다.
(p.185~186, 자유로운 발상이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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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4 20:48 2010/07/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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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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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 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03-26

내가 김규항 선생을 더 좋아하게 된 건,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글 때문인데(물론 그 포스트 하나 때문 만은 아니지만), 당시 왜 촛불을 든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졌는지에 대해 더 명확한 해답이 이 책에 있었다. - 그는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이라 말하면서, ‘역사 속에서 혁명과 영성의 편향은 번갈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라고 말한다. (p.205) -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이다. - “… 변혁 운동이나 급진적인 좌파들을 보면 영성의 결핍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 절감하죠.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자는 얘긴데, 정작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사납고 강퍅하고 메말라 있어요. 레디앙 같은 매체의 덧글들을 보세요. 좌파라는 사람들의 내면에 지옥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p.214) - 말하자면, 촛불을 뜬 여중생이 무서운 게 아니라, '본질적인 싸움을 회피하면서 진보연然'하려는 혐의'가 보이는 '진보적 인텔리'가 무서웠던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논리적이고 비판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순결'에 가깝도록 '불온'한 이 책의 저자는 '쥐박이 물러나라'고 외치면서 자정쯤 되어 아이에게 전화해서 '학원 다녀왔는지'를 확인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세상의 모든 정치적 입장은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에 일정한 혐오를 갖게 된다. 오른쪽은 지나친 현실주의라 혐오스럽고, 왼편은 지나친 이상주의라 혐오스러운 것이다'(p.134)는 그의 말이 맞다. '지나친 이상주의'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한겨레21' 800호 특집 조사에 따르면 노회찬, 진중권, 홍세화 선생 사이에서도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지식인'이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불온함'을 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진보에 대한 온갖 우문에 대해 많은 현답을 주고 있어 좋은 책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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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8 11:59 2010/07/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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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 
키아라 제미올리 지음 | 디자인이음 | 2010-05-24

이탈리아인 부모의 영향으로 '태생이 좌파’라는 카를라 브루니는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에 사회당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 몇 달 후, 자신이 지지했던 세골렌 루아얄의 경쟁자이자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후보로 프랑스 공화국의 제23대 대통령이 된 니콜라스 사르코지를 만나  영화처럼 첫 눈에 반하고, 곧 결혼하게 된다. 니콜라스 사르코지는 임기 중 이혼한 프랑스 첫 번째 대통령이자, (1931년 가스통 두메르그 대통령 이후) 엘리제 궁에서 결혼한 두 번째 대통령이 되었고, 이 흥미로운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카를라는 '모든 남성의 로망이자 모든 여성의 적'으로 수많은 스캔들을 뒤로 한 채 영부인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운운할 정도의 '문란한 사건’이겠지만,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이 미모의 영부인의 인기로 인해 대통령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나?

이 책은 카를라 브루니 부富의 원천인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 브루니 가문과 상관 없는 친아버지, 카를라의 어린 시절과 성공적인 모델 생활, 가수로의 변신, 남성 편력, 그리고 니콜라스 사르코지를 만나 결혼하고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가 된 지금까지의 일들을 전기 형식으로 쓴 것이다. 책의 전반에 걸쳐 카를라의 미모와 교양, 다방면에의 지적 호기심, 성공을 향한 노력과 긍정적 태도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는데, 사실 그보다 흥미로운 건 20페이지 남짓한 그녀의 ‘염문’에 관한 사실들이다. 왜냐? 상대가 너무나 유명한 사람들인데다가 아버지와 아들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스캔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에릭 클랩튼,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와 사귀었고, 프랑스 배우 뱅상 페레, 헐리우드 스타 케빈 코스트너, 심지어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도 염문을 일으켰으며(도대체 왜!), 결정적으로는 프랑스의 석학 장-폴 앙토방과 사귀던 중 그의 아들 라파엘과 사랑에 빠져 이미 결혼한 지 5년이나 된 라파엘을 유혹해 결혼한 후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다(라파엘의 아내 쥐스틴은 이 일 이후 “심각하지 않아Rien de grace’라는 자전적 소설을 써, 카를라를 ‘악의 화신’으로 묘사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스캔들의 여왕이었던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성이 이제 완벽한 퍼스트레이디로 변신한 것’(p.246)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완벽한 퍼스트레이디’라는 평가는 아직 이르다. 다만 다이애나 비나 재클린 캐네디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외모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인기까지 끌게 되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는데 앞으로 그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지는 모르겠다. 십 년 후쯤 나올지도 모르는 카를라의 자서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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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1 17:51 2010/07/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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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경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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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 회계로 경영을 말한다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09-07-17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연재한 글에 새로운 내용을 보태어 나온 책이다. '숫자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회계 전문가' 입장에서 썼고, 주간지에 연재한 글이니만큼 그 당시의 경제 · 경영 이슈를 되짚어보는 사례 연구가 대부분이다. '철저하게 수치에 의존해 기업의 성과를 기록하고 이를 경영에 응용하는 것'은 좋지만, 숫자라는 것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함정이 숨겨져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활자나 숫자에 숨겨 놓은 비밀은 아무나 쉽게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전공자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글이라는데,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를 되돌아보며 기업이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것이 옳은 것인지, 미국에서는 '부정적 뉴스'를 더 많이 공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설명한 것처럼 쉬운 사례도 있다. '시가평가제도'가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불만에 대한 필자의 의견, 성과평가와 적정보상, 스톡옵션에 대한 합리적 판단("카드를 만든 후 그냥 잘라버리라"는 은행 직원의 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다), 보물선 금괴 탐사 인양 소식에 폭등한 동아건설의 주식 사례들도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다. 반면 2007년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 시 일어난 교환사채 발행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제표에 부채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풋옵션'은 좀 골치아픈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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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0 19:32 2010/06/2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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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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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임진평 지음 | 위즈덤피플 | 2008-03-15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 본 몇 안되는 드라마 중 하나가 이나영과 김민준이 출연한 "아일랜드"다. 그 낯설고 어색한 기억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긴한데, 물론 이 책은 드라마와는 아무 상관 없는 '아일랜드 여행기'다. 이 책의 저자는 같은 제목의 음악 다큐멘터리로 꽤 유명한 모양인데, 그 다큐멘터리로 말하자면, '두 번째 달'(퓨전 에스닉 밴드 이름이다)의 아이리시 프로젝트 밴드 '바드'가 아일랜드의 주요 도시들을 다니며 거리 연주를 하는 음악 여행을 따라가며 남긴 기록이다. 아일랜드는 "더블린 사람들"의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하여 오스카 와일드, 사무엘 베케트, 조지 버나드 쇼, W. B 예이츠 등의 작가들과 영화 "원스"로 알려진 나라다. '론리 플래닛'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여행자들에게) 친절한 나라’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고.  

이 책을 쓴 여행자와 그 무리들은 아일랜드의 공기를 마시며,
길거리 연주자인 버스커(busker)들이 아이리시 전통 음악, 헤비메탈,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친절한 그들과 공감대를 갖는다. 여유롭고 따뜻하고 자유로운 기운이 물씬 풍기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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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0 19:30 2010/06/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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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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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ㅣ사회평론)

논픽션이 워낙 흥미롭기 때문에 대학 졸업 이후로는 픽션에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는다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처럼, 진짜 세상은 얼마나 놀랍고 흥미진진한가. 하지만 픽션이 아닌 이 책 속의 스토리는 진짜 세상이 맞나? 내가 아는 삼성 직원들은(물론 과장급 이하가 대부분) 출장 시 천 원짜리 한 장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 '출처가 분명치 않은' 몇 만 원 경비 사용 때문에 5년이나 지난 뒤 감사팀에서 사원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은 게 얼마 전인데, 진짜 세상의 그 회사가 이 책 속에 나오는 그 회사 이야기가 맞는건가? 실컷 누리고 나서 뒤늦게 양심 선언을 한 김용철 변호사를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이런 명확하고도 자세한, 그리고 거대한 줄기를 캐낼 수가 있을까. 어이가 없을 수도, 분노가 끓어오를 수도, 딴나라 일 같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든 일단 읽어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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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23:26 2010/05/3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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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가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김중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04-19

'모바일 혁명'에 이어 '네트워크 혁명'에 대해 쓴 김중태 원장의 '미래경제학 시리즈' 두 번째 책. 각종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포스퀘어 등의 소셜 네트워크는 '말도 안되게 싼 비용으로' 비즈니스를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이 책은 소셜네트워크의 수 많은 성공 사례와 약간의 실패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그 활용 방법이 어찌나 다양하고 그 효과가 얼마나 놀랍고 눈부신지 '경제와 산업, 사회와 문화를 통째로 뒤바꿀 것'이라는 말에 의심이 들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기업으로서는, '모든 정부기관과 산업군에서 미래의 소셜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며, 개인에게는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소셜네트워크와 소셜미디어는 개인에게 좀 더 많은 행복을 주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p.422)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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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3 23:25 2010/05/2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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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들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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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들의 대한민국 : 한국 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08-06-12


경제학자인 우석훈이 '미학'을 고민하는 것은 '직선들의 대한민국'이 싫어서다. '불도저가 지배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직선들만 넘쳐나는 현재에 머무르고 싶지 않고, 아름다움이 꽃처럼 피어나는 또 다른 미래로 가고 싶다'(p.154)는 그. '건설 미학의 절정기로 되돌아가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생각하면 새로운 양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p.153)는 저자는 이대통령 취임 초기에 있었던 '국민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예술적 정형화' 없이 '정치적 반발' 정도에서 그칠까봐 우려하는 사람 중 하나다.

망각할 것인가, 기억할 것인가? 사실 이렇게 질문하면 안 된다. 인간은 어차피 망각하는 동물이고, 아무리 높고 격약된 감정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감정의 굴곡은 사라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은 반드시 미학적 차원에서 형상화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다른 방향의 사회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자인 나는 지금 한국 사회의 전개 과정을 이끌 열쇠가 바로 예술가들의 손에 쥐여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바꾸는 것이 '경제의 힘'이었던 시대를 바꾸는, 그야말로 전격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순간에 우리가 서 있기 때문이다. (p.153~154)

'속도의 문화'에 중독되고, '성장'과 '개발'에 집착하는 바람에 딜레마에 빠진 대한민국을 향해 그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살아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라'고 말한다. 88만 원 세대에게 '짱돌을 들어라'고 말한 것처럼. 그 권리는 사실 현재의 성인들의 것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투표권이 없는 다음 세대의 생태적 권리 혹은 생존권'이기 때문에 이를 지지해주는 것은 성숙한 인간의 '어른다움'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존중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책 속 구절 :
서울시에서 추진한 뉴타운의 경우에 집이 없는 거주민들도 개발을 지지한다. 현재까지의 경향으로 보면,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의 10퍼센트 정도만이 새로 만들어진 뉴타운에 입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도심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하거나 원래의 거주 조건보다 더 나쁜 곳으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뉴타운 계획에 대한 의사결정이 강제된 것이 아닌 이상 부결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일은 중원 뉴타운과 같이 에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없었다. 이건 경제이성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다. 자기가 살던 동네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와 좋아질 거라고 기뻐하면서 정작 자신이 살던 집과 주거지역에서 쫓겨나도 좋다고 결정하는 집단적 의사결정은 자본주의사회의 경제이상은 물론 상식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아파트의 직선적 아름다움을 너무 사랑했다고 설명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 (p.83, '집 없는 사람들이 집값이 오르면 환호한다')

이상의 "오감도"는 지난 10년을 거치며 질주하는 13인과 무서운 다수, 그리고 이들을 무서워하는 소수로 구성된 토목건설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재의 모습을 상징한다. 13인의 아해 중 이를 무서워하는 두 명 혹은 한 명이 미학적으로 소외되었을 뿐이다. 이 건설 한국의 모습, 보통 토목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이 시대에 무죄는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가 참여하여 불도저에 연료를 대어주었던 셈이다. 무섭거나 무섭지 않거나 어쨋든 불도저는 달려가고, 이 불도저의 방향이 '조감도'라고 상상하며 박수 치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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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9 17:00 2010/05/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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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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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자처럼 (심우찬 지음 | 시공사 | 2010-03-29)

심우찬의 '여자 시리즈' 세 번째 책이자 완결판이라는 이 책은, 사실 전작들에 비해 좀 싱거운 편이다. 오히려 "파리 여자, 서울 여자"에서 그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흥미롭고, '심우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제목은 "프랑스 여자처럼... 자신을 사랑하라"는 의미로,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 자신의 행복'을 즐기는 프랑스 여자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가브리엘 샤넬, 카미유 클로델, 마리 로랑생, 프랑수와즈 사강, 이자벨 아자니, 엠마누엘 베아르, 잔 다르크, 시몬 드 보바르, 프랑수아즈 지루, 다니엘 미테랑, 시몬 베이유, 세골렌 루아얄, 세실리아 사르코지, 카를라 브루니, 퐁파두르 부인, 마리 앙뚜아네드, 뒤바리 부인, 에디트 피아프, 달리다, 카트린 드뇌브, 바네사 빠라디, 조세핀 드 보아르네, 제인 버킨, 엘리자베스 기구, 안 생클레르, 샤를로트 갱스부르, 꺄트린 드 메디시스까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투성이. 너무 많은 사람의 삶을 다루느라 짧고 분주하게, 객관적인 사실(즉, 잘 알려진 사실) 위주로 기술했기 때문에, 그래서 좀 싱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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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9 16:38 2010/05/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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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 첫 2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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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 첫 2초의 힘
원제 Blink: The Power of Thinking Without Thinking (2005)
말콤 글래드웰 저 | 21세기북스


통찰력, 또는 블링크의 힘은 이 책의 초반부에 등장한, 1983년 폴게티박물관에 들어온 미심쩍은쿠로스 석상의 경우가 잘 설명해준다. 쿠로스 상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직관적인 반발intuitive repulsion’의 파동을 느꼈지만, 전자 현미경, 전자 마이크로 분석기, 질량 분석계 등을 동원한 조사에 의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박물관에 들여놓게 된다. 결국 가짜로 밝혀져 '직관적인 반발'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지만.

 

하지만 이 책을 읽기도 전에, '그래, 첫인상, 첫 2초가 중요하지!'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그건 당신이 '통찰력'을 갖고 있을 때나 해당되는 일이니까! 책에서는 '블링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지 않다.순간 판단 능력은 중요하지만, 너무나 대통령처럼 생긴 외모 때문에 워렌 하딩을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국민 뿐 아니라 여성과 흑인에 대한 편견, 한 모금 마셨을 때 더 달콤한 펩시 콜라의 맛 등의 사례를 통해 첫 느낌의 위험한 사례도 알려준다.순간 판단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능력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추가로, 한 가지 재미있는 예. 수 십종 브랜드의 딸기잼을 먹어보게 하고 '맛'과 '질감'에 대한 등수를 매겼을 때, 식품 전문가 집단과 대학생 집단의 결과가 비슷했지만(p.234), 그 잼이 다른 잼보다 좋은 이유를 열거해 보라고 했을 때, 결과는 엉뚱하게 달라진다. 반추가 통찰력을 파괴했다는 것인데, 다음의 설명을 보면 좀 더 잘 알 수 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어떤 사물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설명할 능력이 없다. 우리는 좋은 잼을 무의식적으로 깨닫는다. 그건 '노츠 베리 팜'이다. 그런데 갑자기 용어 목록에 따라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왜 그걸 생각해야 하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중략)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그것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으음, 질감이 분명 조금 낯설어. 어쩌면 내가 실제로는 이 잼을 좋아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 윌슨이 지적했듯이, 어떤 걸 왜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를 생각해 버린다. 그리고는 그럴듯한 이유에 맞춰 진짜 선호도를 조정한다.(p.235~236)

'블링크'가 중요하지만, 일단은 '통찰력'을 가져야 하고, '통찰력'이 있더라도 인간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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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2 12:41 2010/05/0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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