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나가다

 

일상을 지나가다 (이용재 지음 | 이미지박스 | 2010-07-01)

이 책을 빨리 다 읽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야금 야금 읽고 싶었다. 영화 '하하하'를 보며, 통영의 여행, 그 일탈같은 일상이 조금 더 연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조금 더, 조금 더 글이 연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식탐과 책탐을 가진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건축 공부를 한 후 그곳에서 취직하고, 다른 사람과 비슷한_분노와 억울함과 노동의 신성함과 동료애와 인간에 대한 환멸을 동시다발로 느끼는_직장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혼자 코미디 영화를 보거나 서점을 가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종종 글을 썼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연약한 사람인 듯 싶었는데, 체중이 세 자리 숫자를 넘은 적이 있다는 말에 흠칫 했다가,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며 조심한다는 말에 다시금 예민한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가 공을 들여 쓴 이 이야기는 직장에서 정리해고 된 후 단골 중국집의 '오렌지 비프'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간의 미국에서의 일상을 떠올리고, 60일 후 귀국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숙취에 시달리며 비행기를 탄 직후 '두레박의 도움 없이도 위액을 부지런히 길어 올렸다'는 표현이나 느려터진 항공사 직원의 서비스에 '그들마저도 굼벵이가 운영하는 직업훈련원 출신인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알려진 나무늘보마저 기다리다가 울화통을 터뜨리며 다 쏴 죽여버리겠다고 총을 들고 설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느렸다'는 표현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책 속 구절 :
저녁을 차려 먹고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일요일이 슬금슬금 월요일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게 느껴졌다. 슬금슬금 물러나는 일요일에 반해 월요일은 성큼성큼, 새로 다가오는 지루함의 시간에 언제나 덤처럼 딸려오는 두려움을 한 아름 가득 들고 다가왔다. 어째 새로운 일상이라는 말이 지독한 모순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찬란한 슬픔'이 '침묵의 웅변'을 하는 시간, '새로운 일상.' (p.116, 일요일, 늦은 오후의 서점 나들이)

내가 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눈은 내가 발을 채 디디기도 전에 잔뜩 땅으로 찾아와 쌓여 있었을 뿐, 머무르는 내내 새로 찾아오지 않았다. 거리를 쏘다니다가 라면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겉으로 보이게는 멀쩡하지만 그래서 속으로 더 외로울지도 모르는 아저씨가 로비의 컴퓨터로 옷을 추워 보이도록 덜 입은 소녀들의 사진이 넘쳐나는 웹 페이지를 뒤지는 것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자판기에서 캔맥주를 뽑아 마시고, 다시 밖으로 나가 백화점 지하 식당가에서 마감 직전 떨이로 파는 고로케와 케이크, 푸딩 따위를 잔뜩 하다가 방 창문을 가능한 한 활짝 젖혀 열어놓고 좀 전에 마셨던 캔 맥주 회사의 반짝반짝 빛나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면서 먹고 또 잠이 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세 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다른 바닷가 마을을 찾아가 중국인 관광객들 틈바구니에 섞여 장작불에 구워 파는 조개 관자를 먹고, 산꼭대기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낮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울부짖는 듯한 바람의 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와 바둑판 형태로 잘 계획한 거리를 시린 발로 걷다가, 전망대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보고 다시 돌아와 또 잠이 들었다가 "오겡키데스카"라는 대사가 유명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을 찾아가 "오겡키데스카"는 외치지 않고 빵집에서 곰보빵만 먹고 돌아와서는 지쳐 잠들 때까지도, 눈은 새로 찾아오지 않았다. 드디어 짐을 다 챙기고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를 걷는 동안, 싸락눈이 참으로 치사하게도 5분 동안 내렸다. (p. 211~213, 겨울의 복도와 치사한 싸락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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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9 21:38 2010/08/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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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스캔들 (하재영 지음 | 민음사 | 2010-07-26)

"소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실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럴듯한가’뿐이다"라는 구절이 소설 속에 나오는 것인지, 책 소개 자료에서 본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잃은 소감으로 정리하기 좋은 문장이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인 신민아가 자살을 했고, 그녀의 남성 편력에 대한 원색적 비난의 댓글이 줄줄이 이어진다. 현실에서는 어떤가. 마찬가지다. 살아 생전 악성 댓글에 대한 시달림으로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한마디로 '우울증'이 그녀의 자살 원인이 되지만, 그녀와 고교 동창인 지효(話者)의 시선과 기억을 따라가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신미아의 삶을 이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남들에 대한 소문을 생산하고 억측을 확대해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무심하게 받아들이면서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적극적으로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비난을 받는 사람들이상의 흠이 있다는 걸, 스스로는 모르는걸까.

이 소설은 장편소설이지만, 단편 소설처럼 빠르고 쉽게 읽힌다. 죽음, 불륜,  해체된 가족, 공허함이 등장하지만, 서른 두 살 작가의 젊고 발랄함이 그것들을 조금은 가볍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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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2 17:40 2010/08/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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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 Book 3


1Q84 - Book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ㅣ 문학동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 3권(BOOk 3, 10月-12月)이 출간됐다. 1권, 2권과 마찬가지로, 700페이지가 넘지만 빠르게 읽혀서 그 정도의 분량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설이다. 세 권을 다 붙여놓으면, 그리고 이후 나올 연작들을 모두 붙여 놓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분량이 되는 건가!

3권에서는, 교단 '선구'를 대신해서 아오마메의 행방을 쫓는 우시카와, 은둔 생활에 들어간 아오마메, 몇 주간의 휴가를 얻어 의식불명상태의 아버지를 간호하러 고양이 마을로 간 덴고 등 세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절대적 ‘프로’인 다마루가 계속해서 아오마메를 지원하는 것과 덴고 아버지가 누워 있는 병원의 간호사 몇 명 이외에 이렇다 할 등장인물은 없다. 후카다 에리코의 존재는 미미해졌고, 1Q84의 세계에서만 등장할 수 있는 의문의 ‘NHK 수금원’이 인상적일 뿐이다(하일지 소설 “경마장에서 생긴 일”에 등장인물처럼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 수십 개 발견되었다고 한다. 1984년에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1Q84인지, 장자가 꿈을 꾼건지, 나비가 꿈을 꾼 것인지, '인셉션'한 것인지, 당한 것인지… 이틀간의 휴일 동안 이 책을 읽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 출근을 하려니 왠지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책 속 구절 :
[…] 이를테면 하나의 명제를 설정한 뒤에 그것을 둘러싸고 일인이역의 토론을 행했다. 이쪽의 그는 그 명제를 지지하여 열변을 토한다. 또다른 쪽의 그는 그 명제를 비판하며 마찬가지로 열변을 토한다. 그는 상반되는 양쪽 편의 입장에 똑같이 강력하게 – 어떤 의미에서는 성실하게 – 자신을 동화하고 빠져들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회의懷疑하는 능력을 익혀나갔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진리로 여겨지는 것들이 대부분의 경우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키워나갔다. 또한 그는 배웠다. 주관과 객관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명료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만일 그 경계선이 애초에 명료하지 않다면 의도적으로 그것을 이동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p.305)

1Q84 - Book 1,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ㅣ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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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2 23:15 2010/08/0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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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열정 (원제 Die Glut)
산도르 마라이 지음 | 솔출판사

자궁 속 일란성 쌍둥이처럼 붙어 지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고, 사십일 년 사십삼일이 지난 후에야 돌아왔다. 친구가 떠난 뒤 처음에는 당황했고, 그 다음에는 복수를 계획했고, 그리고는 오랜 세월을 그냥 기다렸고… 모두 늙었다. 이제 그들의 나이는 일흔다섯이고, 장군이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지켜본 유모 니니는 아흔한 살이다. 친구가 사라진 걸 공허하게 견뎌야 했던 장군의 부인이 세상을 떠난 지도 이미 삼십 년이 지났다. 마르께스의 소설처럼, 길고 긴 세월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이야기지만, 소설은 하루 밤에 일어난 일을 써 내려간 것이다. 친구인 콘라드가 되돌아 온 날 저녁 여덟 시부터 다음날 동이 터올 때까지 헨릭의 독백에 가까운 이야기만 계속된다. ‘이 저녁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고, 오늘 저녁이 지나면 그리 많은 낮과 밤이 있지도 않을 것’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수십 년의 세월이 녹아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세월은… 어쨌거나 공평하게 흘러간다.

책 속 구절 :
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것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이 아니겠지? 정열은 그렇게 심오하고 잔인하고 웅장하고 비인간적인가? 그것은 사람이 아닌 그리움을 향해서만도 불타오를 수 있을까? 이것이 질문일세. 아니면 선하든 악하든 신비스러운 어느 한 사람만을 향해서,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정열적일 수 있을까? 우리를 상대방에 결합시키는 정열의 강도는 그 사람의 특성이나 행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할 수 있으면 대답해주게.”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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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1 14:57 2010/07/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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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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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가 성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 서돌

교세라 창업자이며 "카르마 경영"으로 유명한 이마노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일'에 대한 철학이 담긴 글. 특출난 재능도, 대단한 배경도 없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빠야 했던 그는, 원하는 의과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진 후 고향에 있는 대학 공학부에 들어갔고, 졸업 후에는 망해가는 회사에 입사하여 불만스러운 나날을 보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자'는 생각을 갖게되면서 그 누구보다도 즐겁게, 열심히 일한 끝에 성공하게 된다. "왜 일하는가"에 대한 그의 답은 이거다. - ‘나는 내면을 키우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키우는 것은 오랜 시간 엄격한 수행에 전념해도 이루기 힘들지만, 일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것은 내면을 단련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놀라운 작용을 한다.’(p.15~16) 누구나 일에 대한 철학이 있을 것이고, 그 생각은 모두 같지 않을 것이다. 이마노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생각이 누구나에게 옳고, 맞는 생각은 아닐진데, '일'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질 수 있으며, 후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어쨌거나 인생의 대부분은 '일'하면서 살게 될테니까.

책 속 구절 :
교세라를 비롯하여 닌텐도, 옴론, 무라타 제작소, 롬 등 교토의 우량기업 대다수가 그 분야의 문외한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내가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는 유기화학이었다. 무기화학인 파인세라믹 연구에 종사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후였기 때문에 나 역시 문외한 중 한 사람이었다.
가정용 게임기인 패미컴의 히트로 크게 발전한 닌텐도도 원래는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던 회사였다. 이 전통 기업을 게임 관련 전문기업으로 급성장시킨 3대 사장인 야마우치 히로시는 게임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은 만들어본 적도 없는, 그 분야의 문외한이었다.
[…] 집적회로와 반도체 제조업체인 롬의 창업자 사토 겐이치로는 원래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 학창 시절에 피복 저항기를 만드는 기술을 터득한 것을 기초로 롬을 시작했다.
문외한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최고경영자로 이름을 날리고, 그 회사가 남다른 전문성을 갖추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 전문가에 비해 지식도 경험도 없는 문외한이 유독 빛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자유로운 발상’ 때문이었다.
(p.185~186, 자유로운 발상이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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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4 20:48 2010/07/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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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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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 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03-26

내가 김규항 선생을 더 좋아하게 된 건,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글 때문인데(물론 그 포스트 하나 때문 만은 아니지만), 당시 왜 촛불을 든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졌는지에 대해 더 명확한 해답이 이 책에 있었다. - 그는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이라 말하면서, ‘역사 속에서 혁명과 영성의 편향은 번갈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라고 말한다. (p.205) -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이다. - “… 변혁 운동이나 급진적인 좌파들을 보면 영성의 결핍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 절감하죠.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자는 얘긴데, 정작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사납고 강퍅하고 메말라 있어요. 레디앙 같은 매체의 덧글들을 보세요. 좌파라는 사람들의 내면에 지옥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p.214) - 말하자면, 촛불을 뜬 여중생이 무서운 게 아니라, '본질적인 싸움을 회피하면서 진보연然'하려는 혐의'가 보이는 '진보적 인텔리'가 무서웠던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논리적이고 비판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순결'에 가깝도록 '불온'한 이 책의 저자는 '쥐박이 물러나라'고 외치면서 자정쯤 되어 아이에게 전화해서 '학원 다녀왔는지'를 확인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세상의 모든 정치적 입장은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에 일정한 혐오를 갖게 된다. 오른쪽은 지나친 현실주의라 혐오스럽고, 왼편은 지나친 이상주의라 혐오스러운 것이다'(p.134)는 그의 말이 맞다. '지나친 이상주의'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한겨레21' 800호 특집 조사에 따르면 노회찬, 진중권, 홍세화 선생 사이에서도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지식인'이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불온함'을 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진보에 대한 온갖 우문에 대해 많은 현답을 주고 있어 좋은 책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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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8 11:59 2010/07/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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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 
키아라 제미올리 지음 | 디자인이음 | 2010-05-24

이탈리아인 부모의 영향으로 '태생이 좌파’라는 카를라 브루니는 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에 사회당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 몇 달 후, 자신이 지지했던 세골렌 루아얄의 경쟁자이자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후보로 프랑스 공화국의 제23대 대통령이 된 니콜라스 사르코지를 만나  영화처럼 첫 눈에 반하고, 곧 결혼하게 된다. 니콜라스 사르코지는 임기 중 이혼한 프랑스 첫 번째 대통령이자, (1931년 가스통 두메르그 대통령 이후) 엘리제 궁에서 결혼한 두 번째 대통령이 되었고, 이 흥미로운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카를라는 '모든 남성의 로망이자 모든 여성의 적'으로 수많은 스캔들을 뒤로 한 채 영부인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운운할 정도의 '문란한 사건’이겠지만,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이 미모의 영부인의 인기로 인해 대통령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나?

이 책은 카를라 브루니 부富의 원천인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 브루니 가문과 상관 없는 친아버지, 카를라의 어린 시절과 성공적인 모델 생활, 가수로의 변신, 남성 편력, 그리고 니콜라스 사르코지를 만나 결혼하고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가 된 지금까지의 일들을 전기 형식으로 쓴 것이다. 책의 전반에 걸쳐 카를라의 미모와 교양, 다방면에의 지적 호기심, 성공을 향한 노력과 긍정적 태도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는데, 사실 그보다 흥미로운 건 20페이지 남짓한 그녀의 ‘염문’에 관한 사실들이다. 왜냐? 상대가 너무나 유명한 사람들인데다가 아버지와 아들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스캔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에릭 클랩튼,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와 사귀었고, 프랑스 배우 뱅상 페레, 헐리우드 스타 케빈 코스트너, 심지어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도 염문을 일으켰으며(도대체 왜!), 결정적으로는 프랑스의 석학 장-폴 앙토방과 사귀던 중 그의 아들 라파엘과 사랑에 빠져 이미 결혼한 지 5년이나 된 라파엘을 유혹해 결혼한 후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다(라파엘의 아내 쥐스틴은 이 일 이후 “심각하지 않아Rien de grace’라는 자전적 소설을 써, 카를라를 ‘악의 화신’으로 묘사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스캔들의 여왕이었던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성이 이제 완벽한 퍼스트레이디로 변신한 것’(p.246)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완벽한 퍼스트레이디’라는 평가는 아직 이르다. 다만 다이애나 비나 재클린 캐네디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외모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인기까지 끌게 되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는데 앞으로 그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지는 모르겠다. 십 년 후쯤 나올지도 모르는 카를라의 자서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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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1 17:51 2010/07/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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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선

매년 스무 권 씩 발표하더니... 올해는 열네 권이네요.

경제 · 경영
1. 구글노믹스 (제프 자비스, 21세기 북스)
2. 마켓 3.0 (필립 코틀러, 타임비즈)
3. 메가트렌드 차이나 (존 나이스비트·도리스 나이스비트, 비즈니스북스)
4. 슈퍼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웅진지식하우스)
5. 일본 재발견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6.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 (시부사와 에이치 지음, 사과나무)
   /논어와 주판 (시부사와 에이치, 페이퍼로드)
7. 혼창통 (이지훈, 쌤앤파커스)

인문 · 교양
8. 간송 전형필 (이충렬, 김영사)
9. 물리와 함께하는 50일 (조앤 베이커, 북로드)
10.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뜨인돌)
11. 스웨이(Sway) (오리 브래프먼·롬 브래프먼, 리더스북)
12.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크 샌델, 김영사)
13. 조선 왕을 말하다 (이덕일, 역사의 아침)
14. 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프런티어)

Seri.org
http://www.seri.org/db/dbReptV.html?s_menu=0202&pubkey=db20100630001

Yes24.com
http://www.yes24.com/eventworld/event01.aspx?EveNo=35158&CategoryNumber=001001025&FetchSize=0&Gcode=000_028_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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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1 01:08 2010/07/0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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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경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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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 회계로 경영을 말한다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09-07-17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연재한 글에 새로운 내용을 보태어 나온 책이다. '숫자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회계 전문가' 입장에서 썼고, 주간지에 연재한 글이니만큼 그 당시의 경제 · 경영 이슈를 되짚어보는 사례 연구가 대부분이다. '철저하게 수치에 의존해 기업의 성과를 기록하고 이를 경영에 응용하는 것'은 좋지만, 숫자라는 것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함정이 숨겨져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활자나 숫자에 숨겨 놓은 비밀은 아무나 쉽게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전공자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글이라는데,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를 되돌아보며 기업이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것이 옳은 것인지, 미국에서는 '부정적 뉴스'를 더 많이 공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설명한 것처럼 쉬운 사례도 있다. '시가평가제도'가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불만에 대한 필자의 의견, 성과평가와 적정보상, 스톡옵션에 대한 합리적 판단("카드를 만든 후 그냥 잘라버리라"는 은행 직원의 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다), 보물선 금괴 탐사 인양 소식에 폭등한 동아건설의 주식 사례들도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다. 반면 2007년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 시 일어난 교환사채 발행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제표에 부채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풋옵션'은 좀 골치아픈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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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0 19:32 2010/06/2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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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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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임진평 지음 | 위즈덤피플 | 2008-03-15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 본 몇 안되는 드라마 중 하나가 이나영과 김민준이 출연한 "아일랜드"다. 그 낯설고 어색한 기억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긴한데, 물론 이 책은 드라마와는 아무 상관 없는 '아일랜드 여행기'다. 이 책의 저자는 같은 제목의 음악 다큐멘터리로 꽤 유명한 모양인데, 그 다큐멘터리로 말하자면, '두 번째 달'(퓨전 에스닉 밴드 이름이다)의 아이리시 프로젝트 밴드 '바드'가 아일랜드의 주요 도시들을 다니며 거리 연주를 하는 음악 여행을 따라가며 남긴 기록이다. 아일랜드는 "더블린 사람들"의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하여 오스카 와일드, 사무엘 베케트, 조지 버나드 쇼, W. B 예이츠 등의 작가들과 영화 "원스"로 알려진 나라다. '론리 플래닛'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여행자들에게) 친절한 나라’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고.  

이 책을 쓴 여행자와 그 무리들은 아일랜드의 공기를 마시며,
길거리 연주자인 버스커(busker)들이 아이리시 전통 음악, 헤비메탈,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친절한 그들과 공감대를 갖는다. 여유롭고 따뜻하고 자유로운 기운이 물씬 풍기는, 그런 책이다.

Posted by marian

2010/06/20 19:30 2010/06/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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