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열정 (원제 Die Glut)
산도르 마라이 지음 | 솔출판사

자궁 속 일란성 쌍둥이처럼 붙어 지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고, 사십일 년 사십삼일이 지난 후에야 돌아왔다. 친구가 떠난 뒤 처음에는 당황했고, 그 다음에는 복수를 계획했고, 그리고는 오랜 세월을 그냥 기다렸고… 모두 늙었다. 이제 그들의 나이는 일흔다섯이고, 장군이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지켜본 유모 니니는 아흔한 살이다. 친구가 사라진 걸 공허하게 견뎌야 했던 장군의 부인이 세상을 떠난 지도 이미 삼십 년이 지났다. 마르께스의 소설처럼, 길고 긴 세월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이야기지만, 소설은 하루 밤에 일어난 일을 써 내려간 것이다. 친구인 콘라드가 되돌아 온 날 저녁 여덟 시부터 다음날 동이 터올 때까지 헨릭의 독백에 가까운 이야기만 계속된다. ‘이 저녁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고, 오늘 저녁이 지나면 그리 많은 낮과 밤이 있지도 않을 것’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수십 년의 세월이 녹아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세월은… 어쨌거나 공평하게 흘러간다.

책 속 구절 :
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것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이 아니겠지? 정열은 그렇게 심오하고 잔인하고 웅장하고 비인간적인가? 그것은 사람이 아닌 그리움을 향해서만도 불타오를 수 있을까? 이것이 질문일세. 아니면 선하든 악하든 신비스러운 어느 한 사람만을 향해서,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정열적일 수 있을까? 우리를 상대방에 결합시키는 정열의 강도는 그 사람의 특성이나 행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할 수 있으면 대답해주게.” (p.273)

Posted by marian

2010/07/31 14:57 2010/07/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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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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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가 성공을 꿈꾸는 당신에게 묻는다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 서돌

교세라 창업자이며 "카르마 경영"으로 유명한 이마노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일'에 대한 철학이 담긴 글. 특출난 재능도, 대단한 배경도 없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빠야 했던 그는, 원하는 의과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진 후 고향에 있는 대학 공학부에 들어갔고, 졸업 후에는 망해가는 회사에 입사하여 불만스러운 나날을 보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자'는 생각을 갖게되면서 그 누구보다도 즐겁게, 열심히 일한 끝에 성공하게 된다. "왜 일하는가"에 대한 그의 답은 이거다. - ‘나는 내면을 키우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키우는 것은 오랜 시간 엄격한 수행에 전념해도 이루기 힘들지만, 일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것은 내면을 단련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놀라운 작용을 한다.’(p.15~16) 누구나 일에 대한 철학이 있을 것이고, 그 생각은 모두 같지 않을 것이다. 이마노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생각이 누구나에게 옳고, 맞는 생각은 아닐진데, '일'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질 수 있으며, 후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어쨌거나 인생의 대부분은 '일'하면서 살게 될테니까.

책 속 구절 :
교세라를 비롯하여 닌텐도, 옴론, 무라타 제작소, 롬 등 교토의 우량기업 대다수가 그 분야의 문외한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내가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는 유기화학이었다. 무기화학인 파인세라믹 연구에 종사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후였기 때문에 나 역시 문외한 중 한 사람이었다.
가정용 게임기인 패미컴의 히트로 크게 발전한 닌텐도도 원래는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던 회사였다. 이 전통 기업을 게임 관련 전문기업으로 급성장시킨 3대 사장인 야마우치 히로시는 게임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은 만들어본 적도 없는, 그 분야의 문외한이었다.
[…] 집적회로와 반도체 제조업체인 롬의 창업자 사토 겐이치로는 원래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 학창 시절에 피복 저항기를 만드는 기술을 터득한 것을 기초로 롬을 시작했다.
문외한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최고경영자로 이름을 날리고, 그 회사가 남다른 전문성을 갖추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다. 전문가에 비해 지식도 경험도 없는 문외한이 유독 빛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자유로운 발상’ 때문이었다.
(p.185~186, 자유로운 발상이 세상을 만든다)

Posted by marian

2010/07/24 20:48 2010/07/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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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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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 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03-26

내가 김규항 선생을 더 좋아하게 된 건,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글 때문인데(물론 그 포스트 하나 때문 만은 아니지만), 당시 왜 촛불을 든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졌는지에 대해 더 명확한 해답이 이 책에 있었다. - 그는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이라 말하면서, ‘역사 속에서 혁명과 영성의 편향은 번갈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라고 말한다. (p.205) -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이다. - “… 변혁 운동이나 급진적인 좌파들을 보면 영성의 결핍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 절감하죠.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자는 얘긴데, 정작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사납고 강퍅하고 메말라 있어요. 레디앙 같은 매체의 덧글들을 보세요. 좌파라는 사람들의 내면에 지옥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p.214) - 말하자면, 촛불을 뜬 여중생이 무서운 게 아니라, '본질적인 싸움을 회피하면서 진보연然'하려는 혐의'가 보이는 '진보적 인텔리'가 무서웠던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논리적이고 비판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순결'에 가깝도록 '불온'한 이 책의 저자는 '쥐박이 물러나라'고 외치면서 자정쯤 되어 아이에게 전화해서 '학원 다녀왔는지'를 확인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세상의 모든 정치적 입장은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에 일정한 혐오를 갖게 된다. 오른쪽은 지나친 현실주의라 혐오스럽고, 왼편은 지나친 이상주의라 혐오스러운 것이다'(p.134)는 그의 말이 맞다. '지나친 이상주의'에 대한 혐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한겨레21' 800호 특집 조사에 따르면 노회찬, 진중권, 홍세화 선생 사이에서도 '가장 왼쪽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지식인'이고,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불온함'을 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진보에 대한 온갖 우문에 대해 많은 현답을 주고 있어 좋은 책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marian

2010/07/18 11:59 2010/07/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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